온우주의 하루

Stop wishing, Start doing˚₊·—̳͟͞͞♥

  • 2025. 4. 1.

    by. 온 우 주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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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행자 중심 도시 설계의 개념과 필요성

      도시는 사람들이 걷고 머무르며 활동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산업화와 자동차 중심 도시계획이 확산되면서 많은 도시에서 보행자의 이동권은 점점 후순위로 밀려나게 되었다. 대로 중심의 간선도로망, 넓은 차도, 좁은 보도, 불연속적인 횡단보도 체계는 시민의 걷기 경험을 단절시키고, 결과적으로 자동차 의존도를 높이는 구조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최근 도시계획과 교통정책에서는 보행자 중심(Pedestrian-Oriented)의 공간 설계 철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걷기 좋은 거리’를 넘어서, 보행이 도시의 기본 이동 방식이 되고, 그에 따라 공간구조, 교통체계, 토지이용, 도시 디자인이 통합적으로 구성되는 접근 방식을 의미한다. 보행자 중심 설계는 도시의 쾌적성, 안전성, 접근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핵심 전략이다.

      특히 기후 변화 대응, 교통 혼잡 완화, 도시재생, 건강도시 조성 등 다양한 도시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보행자 중심 도시 설계는 하나의 해답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더 이상 환경운동의 일환이 아니라, 도시 기능 회복과 미래형 교통계획의 중심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2. 보행자 중심 도시 설계의 기본 원칙

      보행자 중심 도시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공간 개선뿐 아니라, 제도적 장치와 행태 변화까지 포함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다음의 5가지 원칙이 설계의 핵심 축으로 작용한다.

      ▷ ① 연결성(Connectivity)

      보행자의 이동은 자동차와 달리 단절에 민감하다. 따라서 보행로는 건물, 공원, 교통수단, 상업공간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연속성을 가져야 하며, 중간에 횡단보도가 없거나 장애물이 있는 공간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보행자 전용도로, 골목길 네트워크 강화, 신호주기 개선 등이 연결성을 높이는 대표적 수단이다.

      ▷ ② 접근성(Accessibility)

      도시 내 주요 시설(학교, 병원, 대중교통 정류장, 공공시설 등)은 보행자 기준 5~10분 내 접근 가능하도록 배치되어야 하며, 특히 고령자, 장애인, 어린이 등 교통약자를 위한 경사도, 보도 폭, 점자블록 등의 요소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접근성은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이용 가능성, 심리적 거리감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 ③ 안전성(Safety)

      보행 환경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교통사고로부터의 안전이다. 이를 위해 차량 속도 제한, 보행자 우선 도로 지정, 신호 체계 개선, 사각지대 제거, 조도 확보, 보행자 알림 시스템 등의 물리적·기술적 조치가 필수적이다. 또한 보행자가 느끼는 범죄 불안 감소를 위한 조도, CCTV, 거리활성화 전략도 함께 고려된다.

      ▷ ④ 쾌적성(Amenity)

      걷는 행위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경험이다. 따라서 적절한 그늘 공간, 휴게 공간, 도시 가로수, 거리 가구, 조형물, 카페 거리, 문화 콘텐츠 등은 보행의 질을 높이고 머물고 싶은 거리를 만드는 핵심 요소이다. 보행 공간이 단조롭지 않도록 다양한 자극 요소와 경관적 조화가 설계에 포함되어야 한다.

      ▷ ⑤ 활동성(Activity)

      보행 중심 공간은 단순 통과 공간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적 활동과 소통이 이뤄지는 도시의 중심 무대여야 한다. 소규모 마켓, 야외 공연, 스트리트 푸드, 시민참여형 프로그램 등이 거리에서 활발히 운영될 수 있도록 공공공간의 가변성과 유연성이 설계되어야 한다.

       

      3. 보행자 중심 도시 설계의 주요 기법과 전략

      보행자 중심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설계 기법과 전략이 동원된다. 이는 도시 규모, 인구 밀도, 기후, 기존 인프라 등에 따라 맞춤형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 (1) 도심 속 차 없는 거리 조성

      보행자 중심의 대표 전략 중 하나는 차량 진입을 제한하고, 도심 내 특정 구역을 보행자 전용 지구(Pedestrian Zone)로 지정하는 것이다. 일정 시간대 또는 상시 차량 통행을 차단하고, 보행자, 자전거, 퍼스널 모빌리티(PM)가 주체가 되는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상권을 활성화하는 효과도 높다.

      ▷ (2) 보행 네트워크 재구성

      자동차 위주의 도로망에서 벗어나, 골목길, 공원길, 하천길, 보행자 전용로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하여 보행자가 경로를 쉽게 파악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구조화한다. 또한 주요 대중교통 거점에서의 환승 동선에 대한 보행 우선 설계도 함께 고려된다.

      ▷ (3) 교차로 및 신호 개선

      보행자가 차량 신호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차량이 보행자 흐름에 따라 운행되도록 신호체계를 재설계한다. 횡단보도 위치를 확대하고, 대각선 횡단보도, 보행자 우선 신호, 무신호 횡단보도에 대한 물리적 안전장치를 보완한다.

      ▷ (4) 도시재생과의 통합

      노후화된 도심, 낙후된 골목길을 보행자 중심의 공간으로 재편함으로써 도시재생과 연계된 보행환경 개선이 가능하다. 이는 단순 정비를 넘어 지역의 역사성과 주민참여가 반영된 생활밀착형 공간 혁신이 될 수 있다.

      ▷ (5) 스마트 보행 인프라 적용

      센서 기반의 스마트 횡단보도, 열 감지 기반 보행자 신호 연장, 보행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통한 보행 수요 예측, 스마트폰 기반 경로안내 등 기술이 접목된 보행자 중심 설계도 확산되고 있다.

       

      4. 국내외 사례와 실증적 효과

      ▷ 서울 – 세운상가 보행축과 종로 차 없는 거리

      서울시는 도심의 중심축인 세운상가~청계천 구간을 보행자 우선 지역으로 지정하고, 데크형 보행로 조성, 지상 차량 통행 제한, 상점 연계 활성화 등을 통해 도심 재생과 보행환경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였다. 종로 차 없는 거리 시범 운영은 주말 보행자 수가 기존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높은 시민 호응을 얻었다.

      ▷ 뉴욕 – 타임스퀘어 보행자 광장 조성

      뉴욕시는 타임스퀘어에서 차량 통행을 줄이고 보행 공간을 대폭 확대하면서, 도심 교통 흐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관광객 체류 시간과 지역 매출이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보행자 중심 설계가 경제적 효과까지 유발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 코펜하겐 – 보행자·자전거 통합 전략

      코펜하겐은 전체 도시 면적의 80% 이상이 보행자 접근 가능 구역이며,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특히 보행 신호 시간이 긴급 상황에 따라 조정되는 ‘적응형 보행 신호 시스템’을 도입하여 시민의 보행 편의성을 극대화하였다.

       

      5. 향후 과제와 정책적 제언

      보행자 중심 도시 설계를 위한 정책적 과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1) 보행 정책의 독립적 위상 확보

      보행정책은 교통계획의 하위 항목이 아니라, 도시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전략으로 격상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독립적 예산, 전담 부서, 장기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 (2) 관련 법제도 정비

      보도 확보 기준,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 기준, 민간 건물의 보행 연결 통로 제공 의무화 등 법령 차원의 보완과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

      ▷ (3) 시민 참여 기반 설계

      보행환경은 시민의 일상과 직결되므로, 사용자 의견 수렴과 참여 설계, 주민 제안형 공간 개선 등이 정책 실행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 (4) 다부처 협업과 민관 협력

      국토계획, 교통, 복지, 환경 등 다양한 부처 간의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민간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보행자 중심 도시를 시민 중심 도시로 확장해야 한다.


      보행자 중심 도시 설계 모델(Pedestrian-Oriented Urban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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